최근 원화 약세가 도드라지고,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서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개념도 함께 주목받고 있는데, “암호화폐지만 가격 변동이 적다”는 점이 핵심이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려는 시도’일 뿐, 모든 위험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그리고 왜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거론되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무엇인가?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를 말합니다. 기존의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는 시장 심리에 따라 시세가 크게 출렁이는데, 이 코인은 달러(USD)나 유로(EUR), 금(Gold)과 같은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페깅, Pegging)하여 가치를 안정화시킵니다. 예컨대 달러에 1:1로 고정되는 USDT(테더), USDC(USD 코인), BUSD(바이낸스 USD)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나 기업은 사용자들에게 “1코인은 1달러(혹은 고정된 다른 자산)와 동일한 가치”라고 약속합니다.
다시 말해 기존 암호화폐가 가진 “가격 변동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달러나 금 같은 실물 자산에 가치를 연동(페깅)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1코인을 1달러와 동일하게 맞추겠다는 식이죠. 이를 통해 시세 급등락이 비교적 적어,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1코인 ≈ 1달러”라는 직관적 이해가 가능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법정 화폐 담보형은 실제 달러나 국채를 은행에 예치해 두고 1:1 가치를 주장합니다. 암호화폐 담보형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자산을 담보 삼아 자체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안정화합니다. 그리고 알고리즘 기반은 별도의 담보 없이 토큰 발행·소각량을 자동 조절해 일정 가격을 유지하려 시도합니다.
어떤 방식을 쓰든 “가격 변동 폭을 줄이겠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지만, 담보 자산의 투명성이나 시장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은 각각 다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무역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유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거래, 특히 무역에서 주목받는 까닭은 먼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다는 점입니다. 원화 환율이 갑자기 뛰거나 떨어지면 수출·수입업체는 매출과 비용 예측이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한다면, 환전을 거듭할 필요가 적어 환율 변동성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비용 효율성이 부각됩니다. 은행이나 중개 금융기관을 거칠 필요 없이, 블록체인 지갑에서 지갑으로 직접 송금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무역 과정에서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씩 걸리던 전통적 방식에 비해 빠를 수 있고, 전송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비즈니스 규모가 크면 법정 화폐로 전환해야 하고, 국가별 규제가 달라 간소화 정도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의 투명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래 내용이 모두 공개 원장에 기록되니, 서류 위조나 중복 지급이 일어날 여지가 줄어듭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계약 이행을 자동화하는 방안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관련 법령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국가들이 많아 실무 적용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시장 접근성도 장점입니다. 무역 회사들은 서로 다른 국가의 은행 시스템을 거치는 대신, 스테이블 코인 지갑만 있으면 세계 어디로든 지급·수취가 가능합니다. 이처럼 국경 장벽이 낮아지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무역업계에 특히 매력적입니다. 현재는 법정 화폐에서 암호화폐로, 암호화폐에서 다시 법정 화폐로 바꿔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남아 있지만, 암호화폐 제도화가 진전되면 이런 과정도 더욱 간단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의할 점과 향후 전망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담보 자산이 충분한지, 발행사가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하고, 규제가 미흡한 시장에선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좀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각국의 금융 정책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전체적인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제기구나 주요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 포함)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미래에는 국경을 넘어 쉽게 결제하고, 빠른 무역 거래가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 등장해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겠죠.
요약하자면,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환율 불안정과 원화 약세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투자·결제 수단에는 장단점이 있듯, 구조적 리스크와 규제 이슈가 있습니다. 그저 이 개념을 이해하고, 무역 거래나 해외 결제 시 어떤 이점과 한계를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개인과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도 어느 정도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발상의 결과물입니다. 환율 변동이 큰 시기에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암호화폐 권유가 아니라, 시장에서 어떤 흐름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자는 취지입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질지, 글로벌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 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는지”를 잘 이해하는 일입니다.